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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뎃:2024년04월20일(토)


	오빈역 신설은 양평군 미래 대비한‘투자’

오빈역 신설은 양평군 미래 대비한‘투자’

[양평 = 전종민 기자] 양평군이 중앙선 수도권전철 노선에 오빈역사를 신설한 것은 큰 시각에서 양평의 미래를 더 멀리 내다보는 선견지명의 결과라는 평가다. 오빈역 신설은 이 지역 일대에 대한 향후 도시계획 개발과 인구유입 정책으로 옥천면 용천리와 양평읍 신애리에 위치한 사격장 이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2008년 8월 ‘2020 양평군 도시기본계획’ 상 제1종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오빈역사 뒤 62만2580㎡를 시가화 하는 개발 예정지로 결정됐으며, 군부대 이전 부지를 포함한 15만4000㎡에 대한 역세권 개발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황이다. 양평군이 123억 원(통합기금 40억, 지방채 83억)의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면서 오빈역 개통을 추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이곳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소외된 지역의 균형발전과 교통난 해소 등을 위해 지난 1997년부터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중앙선 복선전철화 공사 과정에서 오빈역 신설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일대 주변지역이 개발되면 향후 전차사격장 이전 등 많은 개발요인들이 발생하는 등 오빈역 신설은 양평의 미래 지향적 전망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여기에 인근 들꽃수목원과 천주교 양근성지 등을 찾는 수도권 관광객들의 이용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군은 한국철도공사와 오빈역사 운영 손실보상과 관련한 협의를 통해 차량유지비와 선로사용료 등 노선 공통비용은 제외하고 역 운영비(인건비, 건물유지관리비) 3억 원과 열차운행비(1500만 원) 등 총 3억1500만 원의 비용에서 예상 수익금 1억7900만원을 제하면 연간 약 1억3600만 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잠정적으로 계산된 오빈역 운영비가 3억 원에 이르고 있지만, 인근 도심역과 운길산역의 경우 각각 2억4800만 원과 2억700만 원에 그치고 있어 양평군 부담액은 그만큼 하향 조정될 소지가 많다. 특히 오빈역 운영으로 3년 연속 수익이 발생할 경우 운영비 부담이 해제돼 군은 적자 보존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들에 전철 이용 활성화를 홍보하고, 주변 관광지에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 오빈역 승하차 인원 증가 방안과 함께 오빈역을 ‘양평웰빙투어’ 집결지와 해산장소로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또 기존 용문역에서 운행하던 대명비발디파크 셔틀버스를 오빈역에서 운행하는 방안이 계획되고 있다. 셔틀버스 1일 이용대수는 성수기 4대, 비수기 2대로, 연간 6만~8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빈역 이야기 지금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양평지역에 처음으로 역이 설치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오빈역에 관한 기사이다. 세종실록 지리지는 오빈역을 옛 양근 땅의 유일한 역이었다고 전한다. 오빈역은 조선시대 제3로인 관동대로에 설치되었던 역으로서 기둥이 50개에 달하는 큰 역이었다. 나아가 용문산과 그 아래로 펼쳐진 너른 들판을 등지고 앞으로는 남한강을 마주하고 있었던 아름다운 풍경 탓에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등 국외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오랜 기간 위정자나 시인묵객들이 머물며 남긴 행적의 몇몇은 역사와 문화로 남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목민(牧民)의 이치를 일깨우다

조선의 개국공신이자 당대의 대학자로 이름이 높았던 양촌 권근(1352~1409)이 양평지역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양수리의 용진을 건너 온 권근은 오빈역에서 머무르게 되었는데 오빈역의 누대에 올라 바라본 양평의 풍경이 자못 의미심장하여 시를 한 수 지어 남겼다. 누각 앞은 큰 강이요 들 바깥은 산이라 좋은 풍경은 언제나 이 사이에 있다 누각에 오르면 뼈 속까지 시원하겠지만 거기서 땀 흘리는 농부들을 차마 볼 수 있겠는가 때는 한여름이라. 용문산을 등지고 남한강을 마주하고 있는 오빈역루의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고 역루는 시원하여 더위에 지친 몸을 씻겨 주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러나 그 순간 자연의 풍취 사이로 권근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뙤약볕 아래서 김을 매던 농부들의 모습이었다. 이에 권근은 저 농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사를 돌보겠노라고 다시 한번 다짐을 하게 된다.

잊혀진 의로운 개무덤[義狗塚] 이야기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실학의 대가인 반계 유형원(1622-1673)은 난리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지평 화곡리(지금의 양동면 쌍학리)로 이사를 온다. 유형원은 이후 전국을 답사하면서 개인이 편찬한 최초의 지리지인 동국여지지를 완성하였는데, 이 동국여지지는 유형원 자신의 역사지리에 대한 해박함과 실용적이고 실증적 학풍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책이다. 특히, 자신이 직접 답사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였기에 각 지역의 이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는데, 양근군 고적편에 의로운 개무덤 이야기가 나온다. 오빈역 남쪽 길가에 의로운 개무덤이 있다. 세상에 전해오기를, 옛날에 한 노파가 개를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날 산불이 나서 불길이 노파에게까지 번져 노파가 위험한 지경에 이르자 개가 강물에 달려가 몸에 물을 묻혀와 노파를 구하고는 기진맥진하여 죽었다. 사람들이 의로운 개라 하여 장사지내 주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라북도 임실의 오수견이야기와 상통하는 이야기이다. 오수견 이야기는 이미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온 국민이 잘 알고 있는 바이고, 비슷한 이야기가 전하는 이웃 일본도 동경 시부야에 충견 동상이 있어 그 지방의 명물이자 ‘약속의 장소’이며 영화로까지 제작되는 등 지역의 명소로써 유명하다. 그러나 오빈역 의로운 개무덤 이야기는 문헌자료로 전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잊혀져 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겠다.

관동대로 오빈역(娛賓驛)과 중앙선 오빈역(梧濱驛)

올 2011년은 양평에 철도가 들어온 지 꼭 72년째 되는 해이다. 비록 일제가 강원도의 지하자원과 경기도 너른 들의 양곡을 침탈하기 위하여 도입한 것이 철도였다고는 하지만, 복선 전철화 된 중앙선로를 보면 길고 곧게 뻗은 철로만큼 양평의 발전이 가시화되는 상쾌한 느낌이다. 또한, 오빈역 설치사업은 주민편의 도모뿐 만 아니라 지역사를 되찾고자 하는 노력이 숨어 있는 뜻 깊은 일이기도 하다. 끝으로, ‘찾는 이가 즐겁던(娛賓)’ 역이 일제가 조선을 침탈하던 어느 시기부터 ‘오동나무가 많은 물가(梧濱)’로 변하여 정식 지역명으로 자리를 굳히고 말았다. 호불호를 떠나 지역의 이름 변화에 대한 세심한 관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