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건설된 버즈두바이는 154층 818m의 초고층 빌딩이다. 사무실·호텔·주거시설이 갖춰졌는데 40층부터 108층(지상 370m)까지가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100층대로 올라간 아파트다. 과장하면 ‘하늘 주거’ 시대를 연 셈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도 이 같은 ‘하늘 주거’ 아파트가 개발됐었다. 초고층 빌딩 개발 붐이 일던 2009년 전후다. 당시 계획된 해운대관광리조트(118층·511m)와 인천타워(151층·587m)가 하늘 주거 시대를 열 계획이었다. 이들 건물은 당초 업무·상업·문화시설로만 계획됐지만 사업성 확보 차원에서 아파트도 들이기로 했었다. 100층 아파트 최종 백지화인천타워는 58층까지는 사무실과 호텔이 들어서고 59층부터 115층(대략 450m)까지는 아파트를 들일 계획이었다. 120~145층도 콘도미니엄으로 사실상 주거시설과 다름없었다. 해운대관광리조트도 100층 안팎에 아파트가 배치될 계획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당시 계획안이 나왔던 부산 해운대구 중동 롯데월드타워(107층·510m), 해운대구 우동 월드비즈니스센터(108층·432m)도 건물 내에 아파트를 들이기로 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같은 ‘하늘 주거’의 꿈은 산산히 부서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가 추진하던 151층 인천타워 건립이 최근 최종 무산됐다. 남은 건 해운대관광리조트 정도인데, 현재 터파기 공사를 앞둔 이 건물도 당초 118층에서 101층으로 확 줄었다. 이로써 100층 이상 주거시설 계획은 모두 백지화됐다. 사실 굳이 100층 이상에서 살 필요성은 없다. 100층 이상에서 상시 거주가 가능한 지 여부도 논란꺼리고 사업성, 즉 분양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100층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부동산개발회사들은 “100층 이상 아파트는 50~70층 정도인 이제까지의 초고층 아파트와는 조망의 폭이 다르다”며 “100층 이상 아파트가 건립되면 더 높이 더 멀리 보려는 주택 수요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하늘에 닿고 싶은 꿈, 즉 ‘바벨탑의 꿈’을 현실화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기술력보다 콘텐트 개발이 중요하지만 아쉽게도 당분간 100층 이상 아파트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10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 사업에 비해 사업성을 맞추기가 힘들다. 건축 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건축비만 해도 보통 20~30층 아파트 건축비의 4~10배 정도가 든다. 건축비가 워낙 비싸 100층 이상 아파트로는 경제성을 맞추기가 힘든 셈이다. 사업비가 수조원이나 되다 보니 여러 곳이 참여하는데, 이들 투자자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사업을 힘들게 한다.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서로 손해를 덜 보려고 다투기 일쑤다. 저층에는 상업시설, 중층에는 아파트, 고층엔 업무시설을 들이는 뻔한 계획도 풀어야 할 숙제다. 사업성을 확보할 만한 컨텐트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러기엔 국내 부동산 경기가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다. 뭐 그렇다고 바벨탑의 꿈이 아예 실현 불가한 것은 아니다. 버즈두바이와 같은 아파트를 우리 나라에 건설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기술력은 이미 갖췄으니 콘텐트를 개발하고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면 된다. 100층 이상 아파트. 일반 아파트 거래 마저 끊긴 상황에서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여전히 ‘더 높이 더 멀리’에 대한 꿈이 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건설할 수 있다. 13352ae22b289.jpg)
▲ 최근 개발이 최종 무산된 151층짜리 인천타워 조감도. 인천타워 59층부터 115층엔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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